나는 정말 대한민국 현대 화가인가요?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더불어 웃고 울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여자 핸드볼 시합 때는 자원하여 골키퍼가 되었고
양궁 시합을 할 때는 더불어 활시위를 당겼고
야구 결승전 때는 스스로 마지막 수비수가 되어 함께 뛰었습니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언제나 태극기가 올라갈 때면 공연히 마음이 싸해져
콧잔등이 시큰거리고 눈물도 찔끔 나오곤 했습니다.
별반 내세울 것은 없지만 나는 분명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간 특별히 내세울만한 애국을 한 것은 없지만
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정말 사랑하는 것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으로서 현대를 살아가며 그림을 그리는데도
국립현대미술관은 저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관계는 커녕 그 앞에만 가면 공연히 주눅만 듭니다.
아마 그들은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고
현대를 열심히 살아가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 사람들은 내가 그저 문화를 살아하는 사람이기에 미술관을 찾아
표를 사서 입장수입을 더하고 관람객 숫자나 늘려주고
고상한 취미를 지닌 교양인이기에 작품이나 한가하게 감상하는 줄 아는 모양입니다.
나는 정말로 국립현대미술관 그 멋진 전시장에
제 작품을 평생 한 번이라도 걸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식구들과 함께 거친 반찬에 김밥 몇 줄이라도 싸 들고가
자랑스럽게 내 그림이 저기 걸려 있다고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자랑 한 번만 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만약 번호표라도 뽑고 기다리라면 참고 기다리곘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돈이라도 주고 기회를 만들어 볼 수 있다면
당장 적금이라도 들어 그날을 기약해 보겠지만
모든 것이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절로 탄식이 나옵니다.
본래 그림에도 넘지 못할 계급과 신분이 있어
누구는 국립현대미술관에 그림을 걸 수 있고
또 누구는 평생 그 근처도 얼씬거릴 수 없지는 않은가 하고 말입니다.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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