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속에 신명과 장단이 절로 있나니
신년이 되면 종종 재미삼아 운세를 보게 마련입니다.
사주도 보고 손금도 보면서 한해의 길흉을 점쳐보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용한 점쟁이에게 화가의 사주를 넣으면
종종 그것이 기생이나 무당의 것과 같은 궤가 나온다고 합니다.
아마 옛날에는 화가라는 것이 직업으로 치기도 뭣한 그런 것이어서
이런 이상한 이름으로 나오는 모양입니다.
기생이야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팔방미인 격이라
요즘으로 말하면 탤런트 정도 되는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무당이라는 말은 영 마뜩찮게 들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일리가 있는 듯합니다.
적어도 무당은 보통사람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어야겠지요.
다른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보이기에 점도 치고 굿도 하는 것일 겁니다.
어쩌면 화가도 이와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다른 이에게는 하찮게 보이는 평범한 것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남들은 그저 예사로 보는 것에서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창조해 내기도 합니다.
무당은 굿을 하지 않으면 몸이 곧 죽을 것처럼 아픈 무병을 앓듯이
화가도 그림을 못 그리게 하면 당체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 않은 꼴이 되겠지요.
무당이 무병을 않는다면 화가는 정녕 화가병을 않는 셈이지요.
적어도 타고난 무당은 결코 스텝을 배우지 않습니다.
그저 제 몸의 신명에 따라 제 춤을 출 뿐이지요.
만약 화가의 사주가 무당의 그것과 비슷한 것이라면
화가에게도 제 스스로의 장단과 리듬을 지닌 신명이 있지 않을까요?
붓을 드는 그대여
먼저 자신을 위해 신명나는 굿판을 펼쳐 볼 일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어설프게 배운 다른 이의 스텝을
마치 자신의 신명인양 모시고 받들며 살지나 않았는지 살펴 볼 일입니다.
신명 없는 거짓무당이 어설피 작두를 타면 제 발을 베이듯이
남의 장단으로 함부로 뭇을 들면 제 몸과 마음을 상하기 십상이겠지요.
이제라도 붓을 들기 전에 그것이 정녕 내 몸의 장단과 리듬인지를 살펴 볼 일입니다.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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