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도 병인냥 하여
날마다 그림을 그리지만
그림이 무엇인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그림은 그리움이라고......
그리움은 아련함입니다.
그리움은 갈증입니다.
그리움은 안타까움입니다.
그래서 그리움은 슬픔입니다.
너무도 아련해서 손에 잡히지 않기에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기에
또 이루지 못할 안타까운 것이기에 슬프고 또 슬픕니다.
슬픔의 속성은 밝음보다는 어둠에 가깝겠지요.
그래서 멀쩡한 대낮에는 붓이 손에 잡히지도 않다가
밤이 깊어 모든 것들이 잠든 연후에야 붓을 들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산다는 것은
혼자만의 울타리 속에서 우울증의 민감한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한없는 그리움에 몸서리치며 가위눌린 채 깨지 못하는 잠자리에 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움도 병이어서 하루 빨리 벗어나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더욱 두려운 것은 어느 날 문득 그 무엇도 그립지 않은 그 날이 오는 것 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아주 좋은 것도, 또 특별히 싫은 것도 없어지는 것은
그저 너그러워져 그런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그리움이 조금씩 지워지고 없어져
세상을 향한 섬세한 더듬이가 퇴화되어 무뎌져 가는 과정이겠지요.
그리움도 병이고 슬픔도 병이지만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아무것도 그리워지지 않는 것일 것입니다.
오늘도 야심한 밤에 붓을 드는 이유는
여전히 사무치게 그리운 것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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