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죄인가요?
<빠삐용>이라는 영화를 기억하십니까?
억울하게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악마의 섬’이라 불리는
절해고도의 감옥에서 처참한 생활을 하던 한 인간의 탈옥기를 그린 영화로
배우 스티브 맥퀸의 연기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지요.
영화 속에서의 빠삐용은 무죄이지만
법정은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습니다.
결국 빠삐용은 백발이 다 되어서야 탈옥에 성공하여 자유인이 됩니다.
그러나 자유인 빠삐용은 인생에 의해 다시 기소되어 엄정한 판결을 받게 됩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 좋은 청춘시절을 감옥에서 보내며 허송한 것에 대해
인생은 빠삐용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그의 죄명은 바로 “청춘을 탕진한 죄” 였습니다.
누구에게나 푸르른 봄날은 있었겠지요.
그러나 청춘의 봄날은 마치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왔다가는 이내 가버립니다.
늦가을이 되어서야 지나간 봄날의 따뜻함을 회상하듯이
머리에 흰서리가 내리고서야 젊은 날의 청춘을 그리워하게 마련입니다.
젊은 시절에야 그저 날마다 봄날이고 언제나 청춘일 줄 알았는데
그 좋은 시절이 어찌도 그리 빠르고 무심하게 지나가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노무도 안타까운 후회와 절절한 회한만이 가득한 것은
지난날의 청춘이 낭비되고 허비되어 결국 ‘탕진’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직도 청춘이라는 말 한마디가 한없이 싱그럽고 가슴 벅찬 것은
그것이 이미 멀고 아특한 세월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일 것입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다라는 말들은
이렇게 탕진해 버린 젊은 날이 너무도 안타까워 억지를 부리는 것에 다름 아니겠지요.
억지로라도 ‘나는 무죄’라고 강변하며 자위하고 싶지만
그 말도 결국 힘이 실리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되는 것은
판결이 결국 ‘유죄’
일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새 젊음의 뒤안길에 선 당신은
자신에게 어떤 판결을 내리시겠습니까?
“당신은 정녕 무죄인가요?”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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